[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김태형 기자]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사랑받으며 인기 장르로 자리 잡은 현재, 다양한 콘텐츠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가감 없는 리얼리티의 매력으로 재미를 선사하지만 논란도 잇따르는 실정이다. 일부 출연자가 촬영 중 다치거나 위기에 처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방송되기도 하며,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은 일반인 출연자는 이따금 방송 내에서, 혹은 외적인 이슈로 논란의 주인공이 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명과 암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는 최근 방송 관계자들과 평론가를 대상으로 현재 리얼리티 예능의 진단과 함께 발전 방향을 취재했다. ◆현실 문제 다룬 솔루션 예능, 유익하지만 도 지나친 노필터 <@1> 연애 리얼리티, 스타들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생활 관찰형 리얼리티 등 꾸준히 사랑받는 리얼리티들의 인기를 뚫고 최근 솔루션 예능프로그램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현 사회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키워드인 '부부관계', '이혼', '육아' 등 누구나 공감할만한 콘텐츠들은 니즈에 꼭 맞는 방송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2049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JTBC '이혼숙려캠프'가 대표적이다. '이혼숙려캠프'는 이혼을 고민 중인 부부들이 합숙을 통해 이혼 숙려기간과 조정 과정을 가상 체험해 보고 실제 이혼에 대해 현실적으로 고민해 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파일럿 방송으로 시작해 정규 방송으로 자리 잡은 '이혼숙려캠프'에는 챕터마다 다양한 부부들이 등장해 심각한 부부 문제가 담긴 일상들을 공개하고 전문가와 패널들의 솔루션을 거치며 개선을 도모한다는 이점이 있다. 실제로 감정의 골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지만 솔루션을 통해 서로를 공감하고 사과하고 개선하는 모습 등이 담기며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안도를 전했다. 하지만 수위 조절에 실패하는 상황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혼숙려캠프'에 대해 음주 상태에서 아내에게 폭언을 하는 남편의 행동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아내에게 과도하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편의 내용을 다루면서 성관계 시간이나 횟수 등에 초점을 맞추는 등 선정적으로 방송했다는 민원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 부부관계 문제를 주제로 다룬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역시 지난해 방심위 주의 조치를 피해가지 못했다. 당시 '결혼지옥'에서 의붓아버지가 거부 의사를 드러내는 의붓딸의 엉덩이를 문지르며 손가락으로 찌르는 등 성추행하는 듯한 모습이 등장해 방심위에 시청자 민원이 제기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리티라는 게 솔루션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문제 상황을 보여주기만 하면 국내 정서상 좋지 않아 솔루션 개념으로 배운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거 같다. 사실 종편 중심으로 방송되다가 최근 지상파들도 솔루션 리얼리티 예능에 뛰어드는 추세다. 근데 어쩔 수 없이 자극성이 강한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결혼을 시작으로 관찰 예능이 인기를 얻다 최근에는 이혼, 갈등을 전제로 한 이야기들을 전면적으로 많이 다룬 느낌들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혼숙려캠프' 관계자는 "최대한 현실적인 상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불쾌함을 전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다"며 "해당 문제들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예측 불가 '날 것'이라 재밌지만 끊이지 않는 일반인 출연자 논란 <@2> 과거 연예인들만 방송에 등장하던 시대가 가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일반인 출연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넷플릭스 '솔로지옥', '피지컬:100', 티빙 '환승연애', SBS '신들린 연애'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 화제성 1위인 ENA·SBS Plus '나는 솔로'는 일반인 싱글 남녀가 솔로나라에 입성해 합숙하며 자신의 짝을 찾는 방송이다. 매 기수마다 다양한 출연자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에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 방송인이 아닌 일반인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일반인 출연자들의 검증을 완벽히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로 인해 끊임없는 출연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나는솔로' 23기 정숙으로 등장했던 인물이 범죄 전과자로 밝혀지며 통편집 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인물은 2011년 조건만남으로 만난 남성이 샤워하는 틈을 타 돈을 훔쳐 달아났고, 동일한 수법으로 남성 2명에게서 300만 원을 훔쳐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됐고 제작진 측은 결국 정숙을 통편집했다. 이와 관련해 '나는 솔로' 측 관계자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각자 느끼는 바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며 최대한 리얼하게 인물들을 담으려는 노력이 담겼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반인 출연자들의 심도 있는 면접에도 완벽히 알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 안타깝다는 시선이다. 이처럼 일반인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직업의 불투명성, 과장, 전과 이력, 학폭 의혹 등 여러 문제가 거론된다. 전문 방송인이 아닌 '연반인'(연예인처럼 유명한 일반인)도 대중에 널리 알려지며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넷플릭스 '피지컬:100'에서는 출연자 학폭 논란,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는 트리플스타의 사생활 논란, 유비빔 불법 영업 고백 등이 이슈가 됐다. 최근 '솔로지옥 4'에는 엠넷 '아이돌학교' 출신 참가자 이시안이 전속 계약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솔로지옥 4' 김재원PD는 13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출연자 검증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김 PD는 "학창 시절 친구, 지인분들 이야기도 듣고 멘탈 케어 부분에서 인터뷰하면서 여러 검증을 거친다. 하지만 저희가 수사 기관이 아니니까 출연자의 인생을 다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계속 발생하는 출연자 논란과 관련해 "프로들은 어느 정도 검증이 돼 있지만 일반인들은 검증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피해가 다른 일반인 출연자들에게도 돌아가는 현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결과를 본다면 일반인 출연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하재근 평론가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TV에 출연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유명해진 후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출연자 검증을 잘해야 하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에 리얼리티 장르가 유지되는 한 그 속에서 여러 가지 출연자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출연자들을 향한 도 넘은 악플에 대한 우려도 있다. 김재원PD는 "대중 콘텐츠이기 때문에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이번 '솔로지옥 4'에는 도를 넘는 인신공격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마음이 아팠다"며 "여러 가지 평가가 나올 수는 있지만 도 넘는 평가가 일상화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도 제한도 생기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출연자 안전 문제, 있는 그대로 모두 보여줘야 하는가 <@3> 촬영 중 출연자가 부상을 입거나 위험에 처한 모습이 방송되는 경우도 있다. 원시 부족의 야생 식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한식 문화를 정글 구석구석 전파하는 식문화 교류 프로그램 SBS '정글밥'은 지난해 9월 출연자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유이는 프리다이빙을 하며 성게를 잡다가 두꺼운 장갑을 뚫은 성게 가시에 찔리는 부상을 입었으며, 류수영은 대파와 비슷한 모양을 가진 식재료 가비를 맛보다가 통증을 느끼고 게워냈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정글에서 출연자 안전 문제가 다시 한번 제기됐다. 정덕현 평론가는 "위험한 상황에서 촬영하는 부분은 과거라고 없었던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그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느냐 아니냐다. 선택에 달린 것이라고 본다"며 "현장에서 벌어지는 안전 상황은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것이고 나중에 방송으로 낼 때 위험한 상황을 보여주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 보여주지 않는 게 나은 것인가 고민을 해야 된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프로그램 촬영을 하더라도 출연자들의 안전을 보다 더 신경을 쓰는 방향으로 제작해야 한다"며 "시청자는 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비판을 해서 시정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K-콘텐츠 발전을 위해 리얼리티 예능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하 평론가는 "시청자들은 결국 진정성을 원한다. 리얼리티를 하면서 작위적인 설정을 부여하지 않고 출연자 검증이나 안전 문제를 보다 많이 신경 쓰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현재는 일종의 판도라의 상자 같아서 진짜 꽃을 보고 난 이후에는 조화를 보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것처럼 리얼리티가 이미 열린 상태에서는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이 과도기 상황에서 많은 문제들을 조금 더 고민하고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아니면 부정적인 것들을 막으며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고민해야 하는 단계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김태형 기자 ent@stoo.com]